미즈 마블(Ms. Marvel, 2022) 히어로 영화 맞아?
제목: 미즈 마블(Ms. Marvel)
연출: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 샤르민 오바이드-취노이, 미라 메논
출연: 이만 벨라니, 맷 리츠, 리시 샤 등
에피소드: 6개
관람등급: 12세
'미즈 마블'이 공개되고 꽤 지나서 다보았다.
'마블 코믹스'의 굉장한 팬이지만, 이 작품이 엄청 기다려지지는 않았다.
최근 공개되고 있는 마블 작품들의 실망과 뭔가 '캡틴 마블'의 속편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 작품은 최근 '디즈니' 작품들의 큰 논란 중 하나인 'PC' 작품으로 그칠까 봐 걱정이 들기도 했다.
무슬림 소녀가 자신의 증조할머니의 유품인 '뱅글'을 얻게 되면서
신비한 힘을 가지게 되면서 히어로로 변모하는 과정이 '미즈 마블'의 주된 이야기다.
'캡틴 마블'의 굉장한 팬인 '카말라 칸'은 주위로부터 괴짜 취급도 받고
종교적인 이유로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의 2세가 가질법한 고민과 함께
이슬람이라는 종교 아래에서 이 문제는 더욱 부각된다.
처음에는 공상에 빠져있고 '캡틴 마블'의 열려한 팬인 괴짜 같은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뒤로 가면 갈수록 '미즈 마블'이라는 뚜렷한 색감을 점점 잃어간다.
처음에는 하이틴 장르를 뛰다가 히어로 액션을 조금 보여주다가 역사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을 뛴다.
이 작품에는 감독이 무려 4명이 참여하면서 각화마다 각자 다른 연출을 맡았다.
기획은 각 연출자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면서 여러 가지 맛을 알맞게 버무린
매력이 다양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기획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는 액션 장르를 주로 하던 감독부터 다큐멘터리 감독이 포함돼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획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히어로 장르가 베이스인 이 작품에는 뚜렷한 메인 빌런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우리가 히어로 장르에서 기대하는 액션이나 히어로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장면도 부족하다.
게다가 '파키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역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논란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정확한 장르가 무엇인지 어떤 내용이 핵심인지 알 수가 없다.
떡밥과 그럴싸한 이야기로만 치장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만 보다가 끝난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카말라 칸'이라는 미국에 사는 유색인종 소녀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녀가 왜 '캡틴 마블'의 열렬한 팬이 됐는지에 대한 설득도 부족하다.
그냥 '캡틴 마블'의 속편인 '더 마블스'에 출연하기 위해 급급하게 내놓은 드라마 같았다.
그녀의 능력은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능력을 갖게 되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히어로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마지막에 자신이 왜 히어로인지를 나에게 설득시키지 못했다.
철없는 어린 소녀가 능력을 덜컥 가지게 된 느낌이 강했다.
뭔가 그럴싸한 떡밥은 굉장히 많았다.
'인피니티 사가'가 끝나고 코믹콘에서 그다음 이야기를 '멀티버스 사가'라고 지칭한 만큼
이번 드라마에서도 멀티버스를 연상케 하는 장치들이 많이 등장했다.
'카말라'의 증조할머니 '아이샤'와 그의 친구들이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으며,
원작 만화에서 핵심 이야기로 진행됐던 '인커젼' 현상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카말라'의 능력은 이런 공간적인 힘을 가진 '테서렉트'와 연관되어있는 것으로 추측케 하는 이야기들도 나왔으며,
마지막 '브루노'의 대사로부터 '카말라'가 추후에 '인휴먼'이나 'X-맨'의 '뮤턴트'임을 시사하는 발언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중요한 떡밥을 많이 풀었지만, 명확한 이야기는 사실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이 이야기를 보면서 쉽게 이해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원작 만화를 조금이라도 본 나도 보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일반 관객들에게는 더욱 어렵게 다가왔을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이 작품이 '캡틴 마블'의 속편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껴진 것 같다.
그래도 초반에 하이틴 장르를 뛰는 화에서 연출은 굉장히 좋았다.
재치 있는 연출도 인상적이었고
어린 소녀인 '카말라'로 바라보면 좋았던 모습들도 많았다.
쿠키 영상도 그렇고 확실한 건 '더 마블스'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마블의 작품들이 팬들에게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데,
이번 작품도 팬들에 근심 걱정만 더 크게 만든 것 같다.
뭔가 마블이 새로운 캐릭터를 급급하게 계속 선보이는 것 같다.
'마블'의 팬들이 '마블'의 작품들을 사랑하게 된 건
각 캐릭터의 서사와 매력에 빠졌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
각 히어로들이 왜 히어로라고 불리는지에 대한 서사를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우리는 이런 히어로들의 서사에 공감하게 되고 동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최근의 마블의 작품들에는 이런 매력이 부족한 게 많았다.
'멀티버스 사가'라는 또 하나의 대서사시를 그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마블'이
앞으로는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고 다시 원래 '마블'의 모습으로 돌아오면 좋겠다.